2022년 한 해는 새로운 회사, NFTBank에서 적응하는 과정이 주된 컨텐츠였다고 할 수 있다. 내 삶에서 커리어는 정말 큰 영역을 차지한다. 나의 정체성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회고를 한다면, 커리어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거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커리어 이야기를 주로 나누어보겠다.
약 1년 간 회사 생활하면서 그때 그때 다른 역할을 요청받았다. 스스로 찾아나서 해결한 문제도 많고,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필요한 역할을 받아서 해결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회사의 문화, 브랜딩, 채용, 기술 인사에 대해선 지속적으로 기여했다. 엔지니어 개인으로써도 리더로써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기여했다.
초반에는 머신러닝 엔지니어링 리팩토링을 진행했다.
중반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여러가지 만들어보는 백엔드 역할을 진행했다.
그리고 후반에는 지금껏 만들었던 모든 시스템을 처음부터 리아키텍쳐링하는 기술 리더로 데이터 엔지니어, 백엔드 엔지니어가 한 팀으로 일할 수 있도록 중재해주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나는 임팩트를 찾아 나선다. 나는 회사의 가장 큰 문제를 정면으로 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에게 맡겨진 문제든 아니든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한다.
1 채용 프로세스
예를 들어, 회사에 입사하자 마자 가장 큰 문제로 보였던 점은 채용이었다. 회사 가치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었으며, 풀어야 하는 문제는 넘쳐났다. 그 당시의 문제의 본질은 나의 1인분보다 채용이 가장 임팩트가 큰 문제였다. 그리고 채용 프로세스를 가장 먼저 손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채용 업무 효율화를 위해 그때 그때 슬랙에 쓰레드를 만들어서 진행하는 채용 프로세스를 정돈해야했다. 우리는 여러 솔루션을 리뷰하고 Breezy.hr 이라는 솔루션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채용 프로세스를 깔끔하게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지원자가 지원했고, 어디까지 과정이 진행되었으며, 각자 어떤 점수로 이 지원자를 평가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우리 회사의 채용 사이트도 Breezy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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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용의 기준을 높이기
최고의 인재를 뽑고 인재의 수준을 높게 유지하는 것이 조직 경쟁력의 핵심이다. 한 명의 빌런이나 프리라이더가 조직 전체의 문화를 망치는 건 한 순간이다. 아무리 아쉬워도 꼭 뛰어난 인재만을 뽑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테이크홈 인터뷰의 수준을 챌린징하게 설정했다. 우리 회사는 서류 면접 과정을 통과하면 바로 테이크홈 인터뷰를 전달한다. 단순 코딩 테스트로는 문제해결 능력을 확인할 수 없기에 우리는 코딩 테스트보다 테이크홈 인터뷰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테이크홈 인터뷰로 검증을 한 뒤에는 전문성 면접을 진행하는데, 우리는 기본기 질문을 꼼꼼하게 진행한다. 백엔드 엔지니어라면, 데이터베이스의 인덱싱이라던지 비동기 프로그래밍에 대한 질문이 나올 수 있겠다. 기본기 질문을 수십가지 질문하는데, 컴퓨터 공학 지식이 부족하다면 여과없이 드러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기본기의 중요성을 높게 사는데, 엔지니어링 팀의 실수는 대부분 기본기 부족에서 나오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기본기는 엔지니어링 팀의 파운데이션이라 할 수 있다. 기본이 되어야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기본 체력을 갖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컬쳐핏 테스트와 레퍼런스 체크다. 전문성 면접을 통과하면, 같이 일하게 될 멤버들과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채용의 기준을 더 높이기 위해서 레퍼런스 체크 프로세스도 명시적으로 추가하였다.
3 엔지니어링 문화
생각해보면 우리 회사의 엔지니어링 문화는 입사 당시에 비해 상당히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이 생각만 하면 흐뭇하다.
종종 회사에서 일을 하다보면, 일을 왜 이렇게 하지? 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나, 반복되는 실수들을 보면 우리는 업무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다.
문제를 뛰어나게 해결하고 있다는 느낌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주로는 커뮤니케이션 문제, 문제 해결 프로세스로 정리해보겠다.
테크 커뮤니케이션
- 테크 스펙(Tech Spec)
- 아키텍쳐 결정 기록(ADR, Architectural Decision Records)
- 장애 회고
- 컨벤션
- 온보딩
- 코드 리뷰
우리 엔지니어링 팀은 어떤 태스크가 할당되고다면 실제 개발을 진행하기 전에 “테크 스펙” 문서를 먼저 작성한다. 경험적으로 어떤 기술적 구현을 하기 전에 구현의 목적과 구현 전략을 글로 먼저 정리하면 본인이 해결할 문제가 명확해지고, 실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동료가 각자의 테크스펙을 리뷰해줌으로써, 코드리뷰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효과적인 피드백을 줄수 있게 된다. 가장 직관적이고 컨택스트가 풍부하게 포함된 문서이기에 개인적으로도 코드리뷰보다 테크스펙 리뷰에 더 애정을 갖고 피드백을 주고 있다.
아키텍쳐 결정 기록은 엔지니어링 팀의 중요한 기술적 의사결정을 위한 프로세스다. 우리 회사의 치즈가 제안해서 정착된 제도인데, 요즘 리아키텍쳐링을 진행하면서 정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기술적 의사결정은 팀의 큰 갈등 요소다. 기술적 결정에 대한 배경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지 1,2,3 을 설정하고 각 선택지의 장점과 단점을 나열한다. 이렇게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우리는 합리적인 비판이 가능해지고, 감정 싸움으로 번질 일이 적어진다.
온보딩 문서는 초반에 거의 전무했지만, 이제 새로운 멤버들이 올때마다 계속 온보딩 문서를 만들고 온보딩 과정을 녹화해서 영상으로 만들어두었기에 이제는 수십개의 온보딩 문서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각 직군의 신규입사자는 해당 문서를 순서대로 숙지만 하더라도 회사가 풀고 있는 문제와 문제 해결방법에 대해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는 다들 아는 내용일 것이기에 생략하겠다.
문제 해결 프로세스 템플릿
- 테크 스펙
- 아키텍쳐 결정 기록
- 장애 대응 메뉴얼
사실 위에서 언급한 테크 스펙이나 아키텍쳐 의사결정 기록 문서는 템플릿이 존재한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에 대해서 대답해야 하는 질문의 리스트가 있다면, 문제 해결의 과정이 꽤나 깔끔해진다. 우리는 똑똑하기 일하는 템플릿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템플릿을 업그레이드한다.
4 완전한 자유와 탁월한 자기 관리
직원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는 회사. 넷플릭스의 컬쳐 가이드 덱, 또한 책 “규제 없음”이 큰 전환점이었다고 생각한다. 테크 업계에는 복지라는 명목으로 자유를 많이 주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 유연화. 재택 근무 확대. 무제한 휴가. 식대 무제한.
책도 읽고 직접 여러 제도를 체험해본 결과, 온전한 자유가 탁월한 성과를 항상 보장하지는 않는다. 탁월한 자기관리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유를 주어야 성과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출의 자유는 회사 지출의 급격한 증가로도 이어져 결과적으로 런웨이를 줄이고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탁월한 관리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주어지는 자유는 그냥 팀 퍼포먼스 저하와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냥 대학생 시절을 생각해보자. 자유가 주어진다고 자유를 잘 쓰는 사람은 꽤나 적다.
스포츠 팀으로 탁월한 성과를 유지한 상태에서 자유를 준다. 이는 신뢰의 게임이라 생각하는데, 프로 스포츠 팀처럼 탁월한 성과를 내는 조직에게는 더 많은 자유를 줄 자신감이 생긴다. 신뢰가 높아질 수록 관리 비용은 줄어들고, 자유가 늘어나기에 핵심 인재들이 더 자신감 있게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자유는 양날의 칼이다. 리더십이 자유 속에서도 조직의 탁월함을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섣부른 자유는 조직을 망하게 할 것이다. 넷플릭스도 극단적인 자유를 주되, 퍼포먼스를 못 내는 사람은 바로 해고하고, 비용을 비상식적으로 사용하는 직원도 바로 해고한다. 관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급진적인 자유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방향은 이렇다.
엔지니어링 팀의 퍼포먼스가 탁월하게 유지되는 선 안에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한다.
5 피드백
우리 회사는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편이다. 회고도 자주한다.
- 1:1
- 팀 회고
- 문화 회고
- 반기 평가
개인의 성장은 1:1을 통해서 잘하고 있는 점과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해 더 성장시켜야 하는 점을 1:1에서 많이 전달해준다. 팀 회고에서는 우리가 팀으로 일하는 데 부족한 점을 같이 언급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핸 액션 아이템을 주기적으로 설정한다.
반기 평가도 내가 주도해서 마무리를 했다. 360도 평가도 처음 도입하여 진행했었는데, 평가 프로세스를 통해 좋았던 점도 있었고 미숙했던 점도 많았다. 조직 규모에 비해 작성해야하는 항목도 많았고 헤비했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를 통해 배웠던 점은 “솔직한 피드백”이 성장을 많이 독려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도 평가 이후에 일하는 방식을 많이 바꾸게 되었다.
그리고, 개선이 필요한 멤버에겐 아프지만 정확하게 잘 전달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개인이 개선점을 인식하고 성장할 수 있다. 물론 낙담하고 회사를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를 무서워해서는 안된다. 항상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팀이 성장한다.
6 전략 — 전장 설정
엔지니어링 문화, 채용, 피드백 등은 주로 탁월한 실행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어디로 가야하는 지, 이 방향으로 갔을 때 회사가 성공할 수 있는지는 전략적 결정 능력에 달려있다.
손자 병법에서는 전략에 대해서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로 국가의 존망을 결정하니,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특정 사업부를 새로 신설하여 추진하는 것은 전쟁터를 고르고 진격하는 것과 같다. 손자의 말처럼, 무리한 사업 확장은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의 경우 블루오션 전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블루오션 전략, 경쟁이 심하지 않은 곳에 진출하는 전략의 맹점은 시장의 규모가 그만큼 작기 때문이며, 본인은 시장 규모가 큰 레드오션에 진출하여 1등을 하는 것을 항상 목표로 한다고 했다. 물론 이 전략은 성향 차이이긴 하다.
이 전략 수립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Web3 세상은 너무나 빨리 바뀌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상황에서 최선의 전략을 세우는 것이 쉽지 않다.
7 전략 — 비즈니스 모델
엔지니어링 문화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가 안되서 망하는 회사가 많다.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해야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투자 혹한기 때는 이윤창출능력이 절대적으로 우선시된다. 당장 돈이 안된다면, 언젠가는 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명확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 존재의 목적을 “고객 가치 창조”로 정의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압도적이라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가 상당히 수월하다. 고객은 압도적인 가치에 지갑을 쉽게 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아무리 생각해도 수익화가 너무 힘들다면, 우리 서비스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의 반증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비즈니스 모델에 집착하는 것은 스타트업이 증명해야하는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는 미래 비즈니스에 대한 약속이며 스타트업은 이를 비즈니스 모델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수익화를 증명해야만 유니콘이 데카콘이 될 수 있다.
2023년엔 3가지 목표가 있다.
1 영어로 테크 컨텐츠(유튜브, 테크 블로그) 작성하기
영어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다음 커리어 레벨에서 핵심적인 역량이라고 판단한다.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타이밍에 준비되어있으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체지방 7%
요즘은 거의 반년마다 바디프로필 일정을 잡고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3 깊이 있는 관계에 많은 투자하기
회사에서 만난 동료들, 후배들, 그리고 친구들. 그리고 앞으로 만날 연인에게도 깊이 있는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커리어적으로 잘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관계를 통해 인생이 풍요롭고 행복해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나의 사람들에게 먼저 많이 챙겨주고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한다.
2022 촬영했던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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